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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 기록_진로와 가치관의 변화 본문
0.
인생의 모토가 '나비효과'였던 적이 있었다.
(최근에 '깡'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긴 하였지만) 17살 때 한 사건을 이후로 최근, 거의 작년까지의 나의 모토였다.
17살, 한 강연에서 강연자 분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신은 1년에 총 3명의 학생을 개인적으로 장학생으로 도와준다는 것이다. 대가는 돈이 아니라 자신이 성공한 20년 후에 자신과 똑같은 학생에게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퍼저나가면 나로 인한 작은 움직임으로 몇 제곱으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나는 그 말이 너무 인상이 깊었다.
1.
그렇게 인상 깊게 남았던 이유는 이전부터 나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10대 초반, 너무도 사랑했던 외할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어리다는 이유로 장례식도 참석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죽음과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사람이라는 것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다. 그런데 더 슬프게 느껴졌던 것은 내가 죽어도 몇 십년, 몇 백년 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내가 살아있던 것, 기쁘고 아프고 슬폈던 것을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나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존재가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많이 슬펐다. 이것이 철학에서 그렇게 좋아하는 '실존'에 대한 고민이었나보다.
여튼 그 생각이 드니 나는 어떻게 기억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그리 뛰어난 재능도, 외모도, 재력도 가지지 않았다. 즉 위인으로 기록되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내가 해볼 수 있는 것을 고민해보니 누군가를 가르치고 도와주는 것이 즐겁고 잘 하고 있었다. 내가 교사나 교육을 해서 누군가를 가르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지식 뿐 아니라 나의 가치관과 내가 고민한 흔적들도 들어가리라. 그 경험을 어떤 학생은 기억하기도, 기억하지 못할수도 있겠으나 그 생각은 한 사람에게 내재화되어 그 정신에 내가 깃들리라. 그런 형이상학적인 생각을 했다. 그 고찰이 내가 교육을 해야겠다 마음먹으 계기이다.
그리고 공부하고 가르치는 것에 재미를 느끼며 대학에 진학하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
2.
그렇다면 지금 다시, 교육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나비효과에 대해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는 교육이 아닌 '개발자'의 길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고 나비효과라는 가치관에 대해서도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타인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사실 교육에 대해, 정확히는 교육으로 인한 변화에 대해 좌절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교육은 독립적인 학문으로 존재할 수 없다. 각 나라의 경제적, 정치적 문제와 결부되어 있고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은 '교육의 상아탑' 역할보다는 고용시장의 바람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것이 사실이고, 언제나 그렇듯 교육은 다시 변화해야할 시기이다. 하지만 나는 지쳤다. 그 사회의 파도 속에서 내가 할 역할이 희미해보였다. 내가 존재할 자리를 찾을 수 없던 것이다. 그래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개발자의 길을 찾은 것은 사실 단적으로는 취업 때문이다. 그러나 더 깊이 돌아보자면 현대의 많은 데이터가 존재하는 곳이 인터넷이고 클라우드 환경이며, 그 데이터를 정제하여 하나의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 인사이트는 앞으로의 방향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행동을 해야할 장소가 되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잃어버린 실존의 문제를 컴퓨터를 통해 찾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 언어가 필요했다. 물론 통계 등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대학원도 가야겠지만 이는 취업을 하고 돈을 더 모아둔 후에 차근차근 준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야 내가 나비효과를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비의 움직임은 그저 자연스러운 일상 중에 일어나는 것이었으나, 나는 나비 정도밖에 안되면서 스스로 바로 태풍을 만들정도의 힘을 키워야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풀어서 이야기 하면 고작 학부생인 주제에 교육의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빠졌다. 욕심이 과했던 것이지.
3.
10여 년의 시간 동안 교육을 바라보며 살았기에 온전히 교육의 길을 벗어나긴 어렵다. 개발자 블로그에 이런 철학적인 글을 쓰는 것을 보면. 그러나 분명 교육과 IT는 접점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코딩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접점이 커지는 것은 시기 상조이다. 그 접점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그저 이제는 마냥 불빛만 보고 달려가는 불나방이 아니라 차근차근 교육적 측면에서도, 개발자로서도 고민하고 길을 개척해야겠다는 정도만 정리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미래에, 그저 기술적 발전에만 의존하는 사회가 아닌 그 기술을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는, 성장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작은 과정 중 하나가 되었음 좋겠다. (아마 나는 여전히 나비효과는 버리지 못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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